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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조금은 딱딱한... 칼럼!

스포츠 학생선수들의 성 인권 향상을 위한 제언

작성일 : 09-11-30 21:48             
스포츠 학생선수들의 성 인권 향상을 위한 제언
글쓴이 : 아하지기 (112.149.189.159)  조회 : 310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행복한 스포츠 문화를 위하여

2008년 2월 KBS 시사기획 <쌈>에서 스포츠 성폭력 실태가 보도되면서 운동선수의 인권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에 대한 요구가 사회적 의제로 대두되었다. 체육계에서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구타, 기합 및 성폭력 등의 반인권적 행위가 만연하면서도 성과위주의 스포츠 문화속에서 성폭력과 폭력 상황이 은폐되거나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한국이 2008 베이징올림픽 7위라는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써의 발전에는 엘리트중심의 국가주도적 체육정책과 수많은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기인한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과 승리지상주의는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문화적 기반이 형성되지 못한 채 왜곡된 스포츠 구조와 문화를 고착화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08년 발표한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생선수들의 63.8%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으며, 성폭력 피해 후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46.7%), 화가 난다(45.9%) 등 피해가 심각함이 드러났다. 고등학교 여자 운동선수들의 성폭력 실태조사(주종미, 2007)에서도 선수들은 성희롱 피해 경험으로 인하여 운동하기가 싫어졌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며, 우울하고, 학교가기가 싫어졌고, 두통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러한 성희롱 경험을 친구에게 말하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당황해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등 상당히 소극적인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계의 성폭력 및 폭력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나자 2007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체육회와 '스포츠 분야 인권 향상을 위한 공동 협약'을 맺고 학생 및 지도자 대상 인권교육과 학부모 간담회 등을 실시하였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도 2008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 인권 향상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특별히 ‘학생선수 성폭력 예방을 위한 영상물과 교육매뉴얼’을 제작하여 향후 학생선수 대상 성인권 교육 사업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 학생선수 성폭력 예방을 위한 영상물 장면 ⓒ 국가인권위원회,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학생 선수들의 인권 측면에서 이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는 성적(SEXUAL) 행복감이 중요하다고 본다. 십대 운동선수들은 사춘기의 급격한 신체변화로 인한 당황스러움과 불안을 경험하면서 성정체성의 발달 과정에 있는 시기이다. 이 과정에서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획일화된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시선속에서는 행복할 수가 없다. 성적으로 행복하기위해서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성별(GENDER) 다양성의 인정과 성폭력으로부터의 안전이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성정체성 형성에 대한 이해와 성역할 고정적이고 성차별적인 관점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교육이 운동선수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성폭력적인 상황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본인이 원하는지 않는 성적 접촉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성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활동적인 학습에 익숙한 스포츠선수들에게 전국의 청소년성문화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체험방식의 성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은 또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으며 또래 문화에 적응함으로써 친밀감을 갖고자 한다. 그렇기에 더욱 더 친밀감의 표현으로 행해지는 행동, 놀이, 장난 등에 상대에 대한 배려가 녹아져 있지 않다면 충분히 성폭력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결과에서도 성폭력 가해자가 지도자보다 선후배나 동료선수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선수들 스스로 성폭력의 민감성을 키우고 반 성폭력 문화를 확산하는 데 주체가 되도록 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체육계 또래 및 선후배 선수들 중 리더급을 대상으로 성차별,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 교육을 제공하고 리더가 되기위해서는 성평등과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있어야함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의 건강한 성인식이 또래 학생 선수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한다면 반성폭력 문화를 확산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 학생선수 성폭력 예방을 위한 영상물 장면 ⓒ 국가인권위원회,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스포츠계에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스포츠 지도자의 성 인권 의식 향상과 성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책적 제도화라고 본다. 외국의 경우 스포츠 지도자의 선수 성폭력 예방을 위해 강력한 규정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특히 지도자들이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위계,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강력한 법과 규정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NFHS(전미 고등학교 스포츠 연맹)의 ‘학교운동부 성폭력 예방 십계명’에 의하면 ‘성적 농담 금지, 성적인 영상물 제공 금지, 과도한 사적 대화 금지, 과도한 사적 편지, 선물 등 금지 신체나 외모에 대한 언급 금지, 신체 접촉 최소화, 단둘의 차량 동승 금지, 학교 밖에서 1대 1 만남 금지, 단체여행 시 보호자 동행, 사적인 데이트 절대금지’가 포함된다.

올해 9월 대한체육회에서는 ‘스포츠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개최하고 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가 배제되어 작성된 가이드라인에서는 실질적이고 명확한 행동 지침이 보이지 않고, 대한체육회의 역할과 책임과 의무는 없고 일선 지도자와 선수들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한계를 보였다. 향후 학생선수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스포츠를 즐기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분야 인권향상을 위한 실질적이고 정책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체육계와 관련 국가 기관, 각계 전문가의 유기적인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성폭력적이고 폭력적인 스포츠 문화의 권력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기획부장 박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