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찾습니다
11월 15일 저녁, 아하!센터에서는 김종갑 선생님을 만나 ‘내 몸을 찾습니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몸문화연구소에서 2011년 발간한 도서 ‘S라인을 꿈꾸는 청춘에게 내 몸을 찾습니다’에 담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셨습니다. 강의내용 중 일부를 옮깁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문과 교수인데 2007년에 몸문화연구소를 만들고, 10년 전부터 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습니다. 왜냐하면 몸 자체가 일상이잖아요. 요즘엔 몸이 자본이 되었죠. 걸어다니는 은행, 걸어다니는 돈이지요. 오늘의 주제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답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입니다.
사춘기가 오면 신체에 변화가 나타나게 되고, 이것은 영혼의 격동과 변화를 가져오죠. 그 때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내가 될 것인가?’ 이런 과제가 생기죠. 내가 되어야 하는 것, 나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게 ‘사춘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나다운 게 뭔지 모르니까 요즘 같은 경우 친구들, TV, 인터넷을 보면서 배우죠. 이러한 것을 통해 이상적인 ‘몸 이미지’가 생기죠.
우리는 ‘아름다운 나/멋있는 나’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럼 ‘아름다운 나 / 멋있는 나’가 무엇인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겠죠? 아름다운 것은 자기다워야 하는 것이에요. 어떻게 자기다워 질 수 있을까요?
고전 오디세이를 봅시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아가멤논 같은 대단한 용장들이 등장하죠. ‘아킬레우스’는 언제나 표현할 때 ‘사자보다 빨리 달리는’ 이라고 표현해요. ‘오디세우스’는 꾀가 많아서, 언제나 ‘꾀 많은, 재치있는’ 이라고 표현해요. ‘아가멤논’은 총사령관이니까 ‘총사령관 아감메논’ 이런 식으로 표현하죠. ‘헤라’는 ‘이마가 하얀’, ‘아테나’는 ‘어깨가 아름다운’ 등과 같은 방식으로 수식어가 붙어요. 사자보다 빨리 달리기 때문에 아킬레우스가 되고, 꾀가 많아서 오디세우스가 되는 거예요. 그리스에서는 내가 남보다 뛰어난 부분, 그것을 아름다움으로 본거예요. ‘아름다움’은 ‘다르게 나타나다’, ‘개성이다’ 라는 것이죠.
우리는 지금까지 ‘사춘기에는 혼란에 처하게 되고,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때문에 내가 되고 싶다. 그 나는 ‘아름다운/멋있는 나’ 이다.’ 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여기에서 우리에게는 ‘그렇다면 대체 내 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여러분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 아시죠? 도끼날이 연못 속에 빠져버렸죠. 산신령이 나타나서 금도끼를 보여주는 거예요. 그랬더니 그게 아니래요. 수술해서 장동건이 됐는데 그 모습이 싫다고 해요. 소지섭으로 만들어준대도 싫다는 거에요. 거울에 비친 김종갑이 좋대요. 여러분 이해되세요? 세상 기준에서 보면 송혜교가 멋지지만, 아내를 송혜교로 만들어주겠다는 건 싫대요. 그런데 이게 아름다움이잖아요. 나다운 것.
성형을 해도 좋고, 멋을 내는 것도 좋아요. 다만 내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해야 합니다. 장동건이 아니라 나다워지는 것, 그래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질문에 부딪히게 돼요. 대체 나다운 게 무엇인가? 아름다움은 객관적인가, 주관적인가?
아름다움은 객관적이기도 하고, 주관적이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는 우리를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게, 불행하게 만들어요. 매스미디어, 화장품, 미용 산업 등을 불행산업이라고 하죠. 불행산업은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꼴을 못 봐요. 자꾸 우리한테 열등감을 심어주거든요. 계속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만들어, 혹독하게 자기 자신을 검열하게 하고, 화장품을 사게 하거나 성형을 하도록 만들죠.
백설공주 이야기를 봅시다. 백설공주 계모가 하는 일이 뭔가요? 거울을 보는거죠. 잘 생각해보면, 백설공주는 거울을 안 봐요. 그런데 계모는 하는 일이 거울 보는 것밖에 없어요. 사실 왕이 그 많은 여자들 중 왕비로 그 여자를 선택했는데, 얼마나 이쁘겠어요. 백설공주가 어리다뿐이지 외모로는 왕비와 게임이 안 되거든요. 그럼에도 거울을 보면 흠이 보이는 거예요. 거울 때문에 장점이 안 보이고 흠만 보여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 여기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가 ‘신체 왜곡 증상(신체 이형 장애)’입니다. 멋진 여자가 거울 앞에 서있는데, 거울 속 자기 모습은 되게 뚱뚱하고 못생겨 보이는 거예요. 왜 이런 장애가 생길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자기 외모에 당당한 사람이 너무 없어요. 외국에 가면 ‘저런 옷을 입고 어떻게 돌아다닐까?’ 생각하게 되는 사람을 길에서 쉽게 만나곤 하는데, 본인은 당당하게 다니는 거예요. 몇 년 전 윤정희씨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는데, 주름이 많은데도 보톡스도 안 맞고 화장도 하지 않은 모습이었어요. 연구소에서 이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녀가 한국에 살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프랑스에서 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이에요. 결론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나를 아름답게 봐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교육사업팀 양유경
* 강사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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