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성폭력 발표회, 그 후...

작성일 : 07-05-17 09:52     
안티 성폭력 발표회, 그 후...
글쓴이 : 아하지기  조회 : 328  
 


2005년 11월 26일 토요일, 종로에 위치한 YMCA 강당에서 우리는 발표회를 열었다. 거의 한 달간 준비한 발표회였기 때문에, 모두들 가슴이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들이었다. 10월에 처음 만나서 다들 착실하게 발표회 준비를 해왔던 1달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서 도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발표회는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우리들은 마지막에 웃으면서 사진촬영을 하고 각자의 일상사로 다시 돌아갔다. 

그 후 거의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모두들 각자 흩어져서 서로의 삶에 바빴기에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연말이 되어서야 겨우 한 번씩 모여서 서로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발표회 이후로 성폭력에 대한 각자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과 인식이 우리 팀원들 모두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발표회 이후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 전에는 성폭력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나 수위를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성을 대할 때에 행동을 조심하지 않았고, 그것으로 발생하는 많은 일들에 대하여도 전혀 조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매사에 조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하게 되고, 이성을 대할 때에도 나보다는 이성의 감정과 생각을 먼저 중시하게 되었다. 혹시 내 사소한 말이나 행동 하나가 이성에게는 꺼려지는 행동이거나 싫어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 하게 되고 그 다음에 행동하였다. 특히 말도 성폭력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이성에게 몰상식한 언행이나 상대방의 신체를 놀리는 언행 등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주위에 친구들이 상대방에게 성폭력이 될 수 있는 언행이나 행동에 대해서 지적한 적도 있다. 이처럼 그 전에는 알지 못했으나, 발표회 이후 우리 주위에 사소한 일들 하나하나가 성폭력이 될 수 있는 심지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만큼 주변에서의 이런 심지들이 잘 보이게 되고, 행동을 주의하게 되며 남에게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권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이들, 특히 내 친구들만 보더라도 아직 성폭력이 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어떨 때 성폭력이 성립되는지 알지 못하여 행동을 조심하지 않는다. 우리가 한 발표회로 인하여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계속해서 뉴스에서는 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기사가 흘러나오고 있다. 뉴스에서는 어떤 특정 사건 하나만 놓고 청소년 성폭력이라고 기사를 내보낸다. 하지만 밖에 나가보면 우리 주변에 너무나 흔하게 놓여 있는 것이 바로 청소년 성폭력이다. 청소년 성폭력을 하나의 특정 사건으로 생각할게 아니라, 항상 주변에 널려있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우선순위인 것은 청소년들이 성폭력에 대한 개념부터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성폭력은 무지(無知)에 의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성폭력에 대한 개념과 수위를 잡아주고 인식을 변화시켜 주는 게 우선순위가 아닐까 한다. 어른들은 자꾸 청소년 성폭력을 사회적인 구조에서 찾는데,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개개인의 인식의 차이가 성폭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벌였던 발표회처럼 성폭력에 대한 개념과 인식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그것을 부각시키는 다양한 행사들이 자주, 그리고 많이 일어나야 한다. 개개인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면 우리 주변 도처에 깔려있던 많은 성폭력들도 하나 둘씩 사라지게 될 것이다. 


도봉고등학교 3학년 서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