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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십대의 물결/10대들의 성(性) 이야기

나의 성장(性長) 일기

작성일 : 06-12-19 11:33     
나의 성장(性長)일기
글쓴이 : 아하지기  조회 : 444  
 
아하! 청소년 성 이야기 작품 공모전 공모작

< 나의 성장(性長)일기 > 

조지수
 

[1999년 5월 초등학교 5년] 
- 구성애 아줌마와 만나다..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빨리 성에 눈을 떳다. 하지만 나에게 성을 가르쳐 준 것은 엄마 아빠도, 학교도 아닌 바로 비디오였다! 우리 부모님은 여느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아기는 다리 밑에서 주어온다고 하시는 분들이었고 초등학교의 성교육은 말 그대로 너무나 교육적이라 나의 왕성한 궁금증을 풀어주기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한 성교육 비디오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당시 아침 프로에 많이 나와 우리나라 성교육의 인식 개선을 위해 강의를 하시는 구성애 아줌마의 강의 녹화테이프 "구성애의 아우성"이었다. 엄마가 지나가다가 받아왔다는 그 비디오 테이프를 나는 보고 보고 또 봤다. 성에 관심이 많은 자신이 부끄러웠던 나에게 구성애 아줌마는 성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성은 아름다운 것이다! 라고 가르쳐 주셨고 우리 엄마보다 나를 더 잘 알고 계신 것 같은 아줌마의 말에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구성애 아줌마를 동경하게 되었고 아줌마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한 테이프에서 나는 나의 장래희망까지 결정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공개 수업시간에 모든 학부모(우리 엄마를 포함하여)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의 취미는 구성애 아줌마의 성교육 강의 테이프를 보는 것입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 했을 정도니 나의 구성애 아줌마 사랑은 다른 초등학생들과는 달랐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이른 나이에 성을 알게 됐지만 나는 그 비디오로 인해 제대로 된 성을 배울 수 있었다. 구성애 아줌마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나에게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성"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성을 "야한 것"으로만 생각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훨씬 나은 것 아닐까? 여기서 제대로 된 성이란 성에 대한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말하는 것이다. 

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 동물과는 다른 인간만의 아름다운 본능이라는 것. 이것은 내가 인터넷의 온갖 자극적인 자료의 물결속에서도 성은 숭고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게 해준 최고의 가르침이었다. 



[2001년 3월 중학교 1학년] 
- 성 상담사가 되다 

중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되자 않은 3월 달의 일이었다.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느라 모두들 이미지 관리에 힘쓰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새학기에 늘 하는 자기 소개시간이 다가 왔다. 자기 소개하면 특별할 것 없이 이름, 출신초등학교, 가족소개, 장래희망, 취미 등을 말하는 것이 정석이다. 나 역시 전 날부터 열심히 PR을 준비해갔다. 나는 몇 번의 연습을 거친 후 자신감으로 충만하여 내 차례를 기다렸다. 곧 차례가 왔고 나는 첫마디에 "나의 장래희망은 청소년 성 상담사가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때의 정적과 친구들, 선생님의 당황스러운 표정..쏟아지는 웃음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까닭을 몰랐던 나는 덧붙여 취미가 구성애 아줌마의 테이프를 보는 것이며 인터넷 사이트에서 성에 대한 지식을 검색하는 것이라고 까지 말해버렸다. 취미를 말하자 교실은 더더욱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이상한 아이로 찍힌 나는 중학교 3년 내내 괴짜라는 별명을 달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더 좋은 기회가 나를 찾아왔다. 실제로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친구들의 성상담 선생님이 된 것이다. 친구들은 성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나를 찾았다. 나는 '상담 내용은 비밀 엄수'라는 나름의 철칙까지 철저히 지켰다. 가정 선생님이나 양호 선생님들에게 말하기 민망한 것이 친구인 나에게는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의 후덕한 외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친구들의 고민 상담에 더욱 정확한 대답을 해주기 위해 성에 대한 공부를 더욱 많이 해야 했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 대부분의 궁금증은 아이가 어떻게 나오느냐에서부터 성관계는 어떻게 하는 거냐는 등 다양했고 성에 대한 지식은 생각보다 얕았다. 특히 아직 초경을 하지 못한 친구들은 '성'이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이 붉어지곤 했으니.. 초등학교 때 모든 걸 알고 온다는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좀 더 순수한 시기 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중학교 때 학교에서 꽤 이름 있는 성 상담사였다. 
 


[2002년 12월 중학교 2학년] 
- 음란물을 보다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하루 밤을 자기로 했다. 수련회를 제외하고는 집을 떠나와 친구들과 함께하는 첫번 째 밤이었기에 나는 무척 설레였다. 마침 한 친구의 집이 비어 우리들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더욱 들떠있었다. 음식도 만들어 먹고 비디오도 보고 수다를 떨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씨디 하나를 내밀었다. 개구진 목소리로 긴급입수 했다는, 친구가 내민 씨디에는 "야동"이라고 써있었다. 친구들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거렸다. 나는 나름대로의 성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었기에 끝까지 거부하려 했다. 그런데 친구가 "야, 너는 성 상담사 된다는 애가 이런 것도 모르고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냐!?" 라며 나를 부추겼다. 순간 발끈한 나는 "까짓것, 좋아!" 하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솔직히 말하면 보고 싶은 호기심도 있었다. 지식적으로만 남녀의 성관계에 대해 알고 있을 뿐 눈으로 보지 못했기에 늘 한번 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씨디가 돌아가고 우리들은 모두 숨을 죽이며 모니터에 집중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것을 10분을 채 보지 못하고 꺼야 했다. 우리가 본 것은 인간의 성교가 아닌 동물의 교배였다. 사랑은 없고 짐승적인 본능만 충실한 그런 지저분한 것이었다. 친구들 모두가 음란물을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우리의 충격은 한동안 가지실 않았다. 잠시 후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그 날 그 음란물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지만 나는 몇 일 동안 그 영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아 힘들었다. 심지어 지나가는 남녀만 보아도 포르노가 연상되었다. 지금까지 성은 아름다운 것이라며 자부했던 나의 모든 가치관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엄마아빠 또는 선생님에게 "음란물을 봤는데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라며 고민 상담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그 때 음란물을 통해 본 것들이 보편적인 인간들의 성관계라고 인식해버렸기 때문에 구성애 아줌마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이런 고민은 인터넷 성상담소를 통해 해결되었다. 익명 게시판임을 이용하여 나는 편한 마음으로 음란물을 보게된 일과 그 것이 정말 사람들이 소위 하는 성관계인지 물어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일이 왔고 상담선생님은 내가 본 것은 '비정상적'인 성관계이며 실제 성관계는 '사랑''책임'이 전제된 아름다운 행위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음란물을 호기심에 보는 것은 이해하지만 중독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도 하고 함께 본 친구들에게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에는 용기를 내어 상담해준 나에게 고맙다 라고까지 하셨다. 왠지 믿음이 가는 상담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오랜만에 잠을 푸욱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함께 본 친구들에게 음란물 금지 강의를 해주었음은 물론이다. 
 


[2004년 9월 고등학교 1학년] 
- 지금의 청소년 성문화, 그리고 미래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 한 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민 상담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하고 친구와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한참 동안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친구의 말은 실로 충격이었다. 
 
친구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전 날 그 남자애의 집에 놀러가서 단 둘이서만 있다가 그 아이가 갑자기 덮쳤다는 것이다. 나는 일단 큰 일을 당할 뻔한 친구를 진정시켜 주고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친구는 울먹이면서 남자 친구와 비디오를 보는데 그 남자애가 키스를 하면서 옷을 벗기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친구는 너무 놀라 집을 뛰쳐 나왔고 다행히 그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친구를 위로해 주고 그 남자애와는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했다. 또 남자 친구를 사귀더라도 단둘이서만 있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친구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나는 초등학교 때와는 다른 좀더 실제적인 성문제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즈음에 텔레비젼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주위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중학교 친구가 낙태를 했다는 소문과 또 다른 친구는 이미 아이를 나아 키우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 오는 것이다. 또, 커밍아웃을 하고 여자애랑 사귀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더 심한 얘기로는 중학교 때 특수반이었던 아이가 가출해서 아저씨들과 원조교제를 했고 낙태까지 해서 그 아이의 엄마가 영구 불임 수슬을 시켰다는 소문이었다. 이에 친구들은 중학교 때 소위 놀았다 하는 애들은 남자들과 한 번씩은 다 자보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현실이었고 음란물을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나와 같은 나이의, 한 때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던 친구들이 그런 길로 갔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진짜 한심하다 하며 욕을 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그 친구들이 겪었을 고통과 앞으로 할 후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이런 현실일수록 내가 가려는 길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강해졌다. 앞으로의 청소년들이 가질 성에 대한 의식은 더욱더 변해갈 것이다.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는 십대문화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옛날처럼 손만 잡아도 얼굴이 붉어지는 고전적인 성문화는 다시 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의 성의식을 어렷을 적 부터 바로 잡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하고 천박한 성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해주는 올바른 성의식을 말이다. 
 
어릴 적부터 성의식을 올바르게 잡아주기 위해서 내가 생각해 본 것이 바로 '선생님-학생'이 아닌 '부모님-아이'에 의한 성교육이다. 지금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의 효과는 그다지 있는 것 같지 않다. 선생님의 수업이 더 전문적이겠지만 부모님들을 먼저 교육 시킨 후에 미흡하게 나마 부모님들이 자신의 자녀를 교육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몇 달전 TV에서 한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과 그 친구들에게 음란물에 대한 교육을 해주는 것을 보고 크게 느낀 점은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만큼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부모님들의 생각에서 자기 자녀에게 성교육을 한다는 건 민망한 일 일수도 있으나 아이들의 올바른 성가치관 정착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도 아닐 것이다. 어릴 적 부터 올바른 성의식 기른다면 어떠한 자극적인 매체에도 동요되지 않고 성숙한 성문화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2005년 11월 고등학교 2학년] 
- 아름다운 성을 위하여.. 

"야, 어제 아무개가 남자 친구랑 잤대!" 
친구가 소근거리며 내가 말한다. 그러자 함께 듣고 있던 친구는 "뒷북 치지 마~ 한두 번이냐?" 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친다. 고등학생의 혼전 성관계. 이제 조금은 익숙해진 주제가 되었다. 물론 모든 고등학생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의 친구들 중 적어도 한두 명 쯤은 혼전 성관계를 경험한 것 같다. 성교육시간에도 예전에는 임신, 성폭력 예방을 배웠다면 이젠 피임에 대한 수업을 받는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성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발전하였고 혼전 성관계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빠르게 변해온 성의식 속에서도 어릴 적에 배운 성의 본질을 간직하려 노력하면서 살아온 나의 지난 날들을 돌아보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만한 특이한 성장과정을 거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다른 친구들에 비해 좀 더 빨리 조숙해졌고, 구성애 아줌마를 만났다는 것. 또 성은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는 것이 작은 차이점이다. 

'성'은 더이상 숨기고 감추어야 할 금단의 사과가 아니다.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신의 은총이다. 하지만 더불어 한 번 잘못된 생각을 가지면 악마의 유혹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모두 성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지난 1년 동안 몇 가지 사건을 겪은 후 나의 장래 희망은 성 상담사에서 청소년 상담사로 약간의 변동이 있었지만 청소년들의 성문제들을 직접 부딪히며 함께 해결해보고자 하는 꿈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 더욱 더 변하게 될 우리 청소년들의 성문화에 맞추어 그들의 바람직한 성의식을 심어줘야겠다는 것 역시 나의 소망이다. 
 
10년, 20년 후의 내 모습이 지금 내가 상상하는 모습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뛸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 청소년들의 성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