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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십대의 물결/10대들의 성(性) 이야기

[수상작] 사랑의 정의

작성일 : 06-07-04 12:04     
사랑의 정의
글쓴이 : 아하지기  조회 : 433  
 
[ 아하! 성 이야기 작품 공모전 섹슈얼리티 愛 상 ]
 

사랑의 정의

서일중학교 안재관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과연 사랑을 해 보았을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사랑’이란 단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사랑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사랑’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 아끼고 위하며 한없이 베푸는 마음. 
2. 남녀 간에 정을 들여 애틋이 그리는 일, 또는 그러한 관계나 상대.
3. 동정하여 너그럽게 베푸는 마음.
4 기독교에서 긍휼과 구원을 위하여 예수를 내려 보낸 하나님의 뜻. 
이라고 나와 있고, 영어로는 ‘love’ 등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추상적인 것을 객관화하여 이론화한 것. 즉, 다시 말해서 사랑이란 이런 글로써는 이해하기가 참으로 난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한다.”, “사랑해!”, “사랑했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유치원생한테 이런 말을 해주면 “사랑? 사랑이 뭐야?”라고 반문을 할 것이다. 그것은 유치원생 같은 어린아이들은 사랑이란 단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사랑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는데, 어찌 그들이 이해를 하고 정의를 내리겠는가. 그런데 위의 말을 듣다 보면 이 비슷한 유의어가 하나 생각날 것이다. 바로 “좋아해” 일 것이다. 

‘좋아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 좋은 느낌을 가지다.
2. 즐겨하다. 
3. 남에게 사랑을 느끼다.
4. 귀엽게 여기다. 
라고 나와 있고, 영어로는 ‘like’ 등이 있다. ‘좋아한다.’ 이 단어에도 사랑과 비슷한 뜻이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좋아해.” 라고 유치원생에게 말을 해주면 쉽게 이해하고 반응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좋아한다.’ 라는 말이 훨씬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완벽한 사랑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사랑을 아는가? 


< Chapter 1. 사랑이 뭐야? > 

나는 어릴 때, TV나 책을 통해 사랑은 어른이 되서 두 이성이 결혼을 할 때 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좋아한다.’ 라는 뜻은 친구끼리 놀며 친구끼리의 우정의 의미로 생각했다. 커가면서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자가 남자와는 다른 세계에서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여자가 남자와 다르다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 같았다. 


< Chapter 2. 눈을 떴다!? > 

눈을 뜨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인 것 같다. 5학년 때 나의 기억으로는 빼빼로데이 때 내 짝에게 빼빼로는 주었다. 나 생의 처음으로 이성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이성으로만 느꼈을 뿐,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이 커져갔다. 


< Chapter 3. 나만의 사랑의 시작. > 

중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남중이었다. 초등학교 때도 소심하여 여자에게 말을 못하다가 남중에 들어가 여자를 아예 모르게 되었다. 그러던 중1의 어느 날 여름이었다. 여름방학동안 한 달 동안 미국으로 잠시 여행을 갔다. 미국에서는 여름방학에 보통 캠프를 다니는데, 나도 4주 내내 캠프를 다녔다. 그 중 2주 동안의 연극 캠프가 있었는데, 내가 추측하기에 그 때 처음으로 이성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처음으로 이성 때문에 잠을 못 자봤으며, 처음으로 이성 때문에 한눈을 팔기도 하였다. 처음 있는 경향이라 처음에는 놀랬지만, 차츰차츰 익숙해져갔다. 안타까운 사실은 2주 내내 그렇게 사랑에 듬뿍 빠지다 고백을 못하였다. ‘미국인이여서’, ‘처음이여서’ 라고 말해도 핑계였다. 용기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게 나의 첫사랑이다. 그 이후 1학년 2학기에는 나에게 큰 일이 벌어졌다. 


- 첫 번째 사건. 

초등학교 때 아는 애가 있었는데, 그 애를 좋아한다고 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자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른 애들이 사귀고 여자애들과 노는 것이 부러워 ‘나도 한번 사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빠져 그런 것 이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애들과 하다, 친구들이 걔와 이어준다며 소동을 벌인 것이다. (그 때 내가 다니던 학교는 남중이었으며, 그 여자애가 다니던 학교는 우리 학교 바로 옆에 있는 여중이었다.) 점심 시간마다 그 애 친구들을 불러 그 애를 부르게 한 것이다. 마침에 그 애가 나왔다. 친구들은 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말하라고 재촉하였지만, 그때 까지만 해도 난 엄청 소심하여 여자와 이야기를 어떻게, 아니 방법을 둘째 치고 아예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난 못한다. 난 못한다. 라고 하다 친구들이 못 참는 나머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재관이는 XX를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그 애는 다시 학교로 들어갔고,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메신저를 들어가니 이 소문이 진짜냐 가짜에 대해 쪽지가 폭주했다.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미 이렇게 틀어진 일, 메일을 어떻게 든 구해보자 라고. 찾다, 찾다 헤매다 어떤 것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앨범이다. 초등학교 앨범을 오랜만에 열어 모든 페이지를 다 찾아봤다. 메일 주소 같은 건 없었다. 그러다 마지막 페이지에 졸업 앨범 CD가 있는 것이었다. 아니다 다를까, CD를 틀어보니 메일 주소가 있던 것이다. 말로는 못하니, 내 마음을 메일로 보냈다. 다음 날. 답장이 왔을까 이메일을 열어보니, ‘상대방 편지함이 꽉 찼으므로 빨리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 

메일을 바꾼 것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힘 없이 며칠을 보내다 메신저에서 그 애와 친한 친구 한 명이 그 애와 메신저 사이에 대화를 하자고 하였고, 자기는 남자친구가 있으므로 결국 친구로 지내자는 말이 나왔다. 나는 허락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다시 내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고전적이지만 낭만적인 방법을 사용하겠다고 결심했다. 바로 편지다. 

이것이 그 편지의 내용이다. 

그리고 나는.. 그 뜻을 받아들였고... 

하지만... 내 진심은 그게 아니었어.....!! 
그 때, 나는..... 지금 친구여도... 나중에....... 다시......... 
고백.......... 을.. 할려구 했어....... 
그래서... 말인데.... 
난... 널... 기다릴께.... 언제..까지나... 
너 남자 친구랑 헤어진다면..... 언젠가.. 내 고백을.. 받아줬으면.. 
너무.. 고맙겠어....... 
뭐.. 해어지지는 않겠지만은...... 

From . Jaekwan.. 

- 컴퓨터로 한번 써보고 정성스레 편지지를 사고 글로 옮겨 썼다. 
원판이다. 

이 편지를 전해주려고, 친구들한테 많은 정보를 캐냈다. 그 애가 어떤 학원을 다닌다느니, 그 학원이 언제 끝난다느니. 그래서 알아낸 결과 시간은 10시 끝나 버스가 우리 마을로 올 때는 10시 반. 나는 그리하여 9시 50분부터 학원 버스 정류장에서 그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10분.. 20분.. 30분.. 40분.. 50분..을 그 추운 날, 추위에 떨면서 계속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알아보니, 그 날은 학원이 빨리 끝나 버스가 9시 45분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그래서 편지를 직접 전해주지 못했으니, 그 애 집 우편함에 놓아두면 보겠지 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놓고 갔다. 그런데 엄청난 일이 일어나 버렸다. 편지를 직접 전해주기 위해 편지 봉투에 이름, 주소 등을 적지 않은 것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그 애 엄마가 편지지를 보고는 무엇일까 하고 열어본 것이다. 친구 말에 그 애 엄마가 사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들었을 때는 세상을 다 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다 그 애가 나를 찾아왔고, 자기가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자기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미안하다고 하였다. 이것이 나의 첫 고백 시도기이다. 


- 두 번째 사건. 

2학년이 되었다. 요번 년에는 지극히 평범하게 살겠다고 하고 공부만 한다고 결심하고 2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홈피에서 우연히 어떤 여자애 홈피를 들어갔다. 그 여자애는 자기 홈피에 와주어서 고맙다고 내 홈피 방명록에 글을 써주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아닌 버디버디 미니홈피. 버디버디 미니홈피에서는 누가 왔다 갔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보통 인터넷 친구로서 지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같은 마을에 살았고, 우리 학교 아이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직접 만나기도 하였고 그러다 역시 여자이다 보니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시험기간이 다가오자,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러던 사이, 그 애가 공부방을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공부방 체질이 아니기 때문에 시험 기간 동안에는 그 애를 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사이, 친구 미니 홈피에서 이상한 글을 발견하였다. 
 
‘공부방에서 발견한 그녀.. 마음이 떨려요.’ 

처음에는 누굴까 하는 궁금증만 품었을 뿐 관심이 없었다. 친구에게 축하할 일이니까. 글은 하루하루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계속 보니 어떻게 할 줄 모르겠군요..’ 
‘마침내 고백을 하였습니다.’ 
‘그녀가 제 맘을 받았습니다.’ 

계속 바뀌는 이 글을 보니, 왠지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한 느낌이 생겼다. 그 친구에게 네가 공부방에서 만난 너 여자친구가 그 애 아니냐고 물어봤지만, 아니라고 확신을 했다. 시험이 끝난 후, 난 다시 한번 고백을 해보겠다고 결심하였다. 날짜는 7월 14일, 실버 데이 때이다. 나는 동대문을 가서 은으로 된 목걸이를 하나 사고 편지를 썼다. 밑이 바로 편지 내용이다. 


To - XX 

XX아 안녕?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실버 데이’야. 알지? 그래서 선물 하나 준비 했는데.. 
마음에 드니? 마음에 들길 바래.. ^^ 
YY(친구 이름) 홈피에서 널 처음 만나고 지금까지 왔는데... 널 좋아하는 거 같아.. 처음에는 친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아냐.. 기억나니? 너 목소리가.. 그녀와 닮았다는 거.. 그 때 처음으로 너한테 반했던 거 같은데 너랑 버디에서 이야기하고, 전화도 어쩔 때 하다 보니까 내가 네한테 끌리더라고.. 하핫... ^^;;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내가 문자나 쪽지로 널 상당히 귀찮게 한 것 같아.. 그랬던 거.. 미안했어.. ^^ 너를 보고 싶은 나머지 내가 나 자신을 절제를 못했나봐..
어쨌든 간에.....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네가 안 좋아하면 어떡할지 고민 많이 했어.. 좋아한다면 고백은 해야 될 것 같아서.. 그게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니깐... 아핫 ^-^;; 그런데 넌 날 어떻게 생각해? 솔직하게 답해줘.. 정말.. 진심으로 나한테 느끼는 감정을 말해줘... 너도 나를 좋아한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네가 나를 싫어하여도... 포기 안 할 거야..!! 그러니깐.... 그러니깐.... 나 싫어해도 언젠가는 너 맘 나한테 꼭 열어 줄 수 있겠니...? 
XX아... 이게 내 마음이야... 대답.. 기다릴게... 
From - 고나 

-그 때는 손 글씨체가 안 좋기 때문에 컴퓨터로 쓰는데 더 플러스 효과라 생각했다. 원판이다.

이 편지를 쓴 다음 날인 바로 실버 데이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 친구가 나한테 고백을 한 것이다. 원래 그 애가 자기 여자 친구라고.. 나는 순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편지는 다 찢어버리고 순간 그 친구를 때릴 뻔하였다. 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할까 다시 고민하였다. 그리하여 결론은 어차피 그 애를 위해 산 목걸이, 목걸이면 생일선물로 미리 주고 끝내버리자는 것이었다.(그 애 생일이 8월 15일이었다.) 그렇게 이번 사건은 막을 내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애도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이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위 경험과 마찬가지로 나도 사귀어 보자는 의도였었던 것 같다. 


- 세 번째 사건. 

2학년 2학기 때다. 누구나 그렇듯 나는 그 때 어떤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언제나 평범하게 보통 사람들처럼 지내다 학원버스만 타면 가슴이 설렌다. 그녀가 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여름방학이 시작하기 전이다. 난 언제나 학원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탈 때, 같이 어떤 여자애가 있었다. 쫌 호리호리하고 단발에 안경을 쓴 범생이 같았다. 그게 첫 만남이다. 매번 학원을 갈 때마다 그녀를 보았다. 이름을 모른다. 학교도 모른다. 나이도, 학년도 모른다. 학원 반조차도 같지 않다.(이 학원은 종합학원이 아닌 영어 학원이기 때문에 학년 구분이 없었다.) 단지 얼굴만 알고 학원 버스만 같은 뿐. 다른 말로 하면 한눈에 반하다고 말해야 하나. 그리고 여름방학이 왔을 때는, 그녀는 내가 타는 버스에 있지 않았다. 나는 학원은 그만 둔지 알았다. 나에게는 희망이 사라졌다. 그러나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방특반이 끝나고(방특반 : 방학에 학원 수업을 더 많이 하는 것.) 다시 원상 수업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학원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 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달랐을 뿐. 너무 기뻤다. 그녀 얼굴만 봐도 기뻤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향유.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갈 때, 그녀의 뒷모습만 보고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집이 어딘지 뒤에서 보기로 했다. 집을 알아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미행이나 다름이 없던 것이다. 뒤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5, 6명이 따라온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몹쓸 짓을 한 것 같다. 며칠 뒤에 같은 학원버스를 타는 아는 동생이 말하기를 3학년 누나라고 하는 것이다. 누나를 좋아한다니, 낭만적이구나. 그러나 난 고백을 못했다. 전과 비슷하게 또 차이게 될까봐. 그리고는 그 누나가 학원을 그만 두었다. 충격을 먹은 후, 다시는 누구를 좋아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 것이 내 두 번째 사랑이다. 


- 네 번째 사건. 

벌써 11월 달이다. 초등학교 때 나에게 잘 해주던 여자인 친구가 있었는데,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다시 연락이 되었다. 며칠 동안 문자하고 메신저에서 이야기 하며 호감이 쌓였다. 그러면서 ‘이 애랑 나랑 사귀면 어떻게 될까?’ ‘이 애가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기면서 호감은 더욱이 쌓이게 되었다. 그리고는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해보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용기가 전혀 생겨나지 않았다. 그래서 요번엔 메신저에서 고백을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너를 좋아하는 애가 있어.”부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 애도 궁금한지 매일 그 애가 누군지 물어보고, 나와는 더욱이 친해졌다. 그리고 메신저에서 고백을 하였다. 

“너를 좋아해.. 그리고 미안해..” 
그러고는 “나도 너 좋아하게 될 지도 모르겠어..” 

라고 답장이 왔다. 이 애도 나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건 큰 착각이었다. 그리고는 결국에는 차였다. 지금도 이 애와는 친하게 지내지만, 역시 이 고백도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가 아닌 것 같다. 


- 다섯 번째 사건. 

겨울 방학이 찾아왔다. 3학년 때에는 성적이 제일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으로 종합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2달 동안이지만,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런데 그 반에 들어가자 한 명이 크게 눈에 띠였다. 호리호리 하며 단발에 안경을 쓰고 있는 그 분. 그 누나와 쌍둥이라고 해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누나의 눈은 매우 날카롭고, 이 분의 눈은 쫌 부드럽다고 할까. 그러나 쌍둥이가 아닌 것을 깨달았고, 그 이유는 집에 완전 반대이기 때문이다. 학원 담임선생님께서는 자리를 마음대로 앉으면 떠든다고 해서 자리를 매번 바꾸셨다. 난 그 애와 짝을 한번이라도 하고 싶었고 보통 친구로 친해지고 싶었다. 조금씩 호감을 가질 때 마다, 난 계속 나 자신을 타일렀다. ‘나는 좋아하는 게 아냐. 그냥 친구로 지내고 싶은 거라고.’ 

그 때는 못 느꼈다. 내가 그 애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런데 그 긴 2달 동안 짝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나는 신에게 무슨 잘못을.. 이 학원을 마지막으로 가는 날이 이제 오늘을 포함해 이틀이 남았었다. 그 때 그 애가 다음 날은 감부수련회 때문에 못 온다고 한 것이다. 나는 그저 그랬다. 이제 못 보겠구나 하고.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어떻게 된 건지 나 자신이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데 이제 못 본다니. 학원의 마지막 날, 수업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녀를 한번만 더 볼 수 있다면. 한번만. 딱 한번만 더.’ 

라고. 그 생각 밖에 머리에서 돌지 않았다. 학원의 수업시간은 다른 날보다 훨씬 길었다. 그러던 3교시. 그 애가 들어왔다. 그 애가 말하길 갑자기 감기가 걸려서 감부 수련회를 못 갔고, 학원을 안 오면 보충수업을 들어야 한다기에 왔다고 했다. 신이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일까.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기뻤다. 이게 나의 세 번째 사랑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 3학년 말이 될 때까지, 이성을 다시 여자로 본 적이 없다. 남녀공학으로 전학을 와서 그런지, 도저히 누구를 좋아할 수가 없어진 것 같다. 지금도 분명히 누군가와 사귀고는 싶다. 은근히 부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3학년에 들어 온 후, 아직까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다섯 번의 사건이 있었다. 고백을 한 적도 있고, 퇴짜 맞은 적도 있으며, 짝사랑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좋아했던 그 3명은 내가 그들은 좋아했다는 것을 아마 모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보면 말만 사랑이지, 나는 그들은 좋아한 것이지, 아직 사랑이라고는 말 할 수 없다. 그럼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사랑이란, 남성, 여성 둘 다 그 상대편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명 다 좋아한다는 것은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은 이상,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나오는 희귀한 경우이다. 물론 전혀 현실적이지는 않다. 다만 확률적으로 낮을 뿐이다. 그럼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할까? 방법은 누군가가 고백을 했을 때, 먼저 받은 후, 천천히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나,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나, 우린 사귀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자기 자신에게 품은 다음 연애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그 둘이 맞다고 생각하면 진정한 사랑이 되는 것이다.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간에 나에게 고백을 한다면, 절대 퇴짜는 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 만큼 그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마찬가지로 내가 차지도 않을 것이다. 이 고통은 내가 생각하기로는 퇴짜보다 더 고통이 심할 것이라 추측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만의 사랑의 정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