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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작성일 : 11-07-29 13:55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글쓴이 : 아하지기 (119.196.214.222)  조회 : 69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영화를 보기 전...

<마당을 나온 암탉>을 자꾸 '닭장 밖을 나온 암탉'이라고 바꿔 부르는 통에 아이에게 잔소리를 듣고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암탉이 닭장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원작 동화는 읽어보지 않은 상태로 극장에 애니메이션을 보러 갔다. 웬지 동화를 읽고 가면 동화 속의 모습을 기대하려는 나의 심리로 인해 영화의 감동이 반감될까 걱정이 되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닭은 반드시 닭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국내 유명 배우의 더빙으로 더 많이 알려진 국산 애니메이션 <마당에 나온 암탉>을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유명 배우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간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오히려 원래 캐릭터에 맞는 성우가 했다면 더 감동이 넘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제목에 암탉이 들어가 있긴 했지만, 암탉인 '잎싹'이 주인공인지, 암탉의 아들인 '초록'이 주인공인지 잠시 헛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포늪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으로 빠져 들었다. 

답답한 대형 양계장 속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암탉인 '잎싹'은 드디어 양계장이 속해 있는 마당을 벗어나, 닭인지 오리인지도 모를 알을 품어 새끼 '초록'을 부화시키고, 사랑으로 기르게 된다. 그 모습에서 모정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자신의 모습이 아닌 천둥오리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초록'을 바라보며, '닭이 아니면 어떠냐'면서 그런 건 상관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잎싹', 그녀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천둥오리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초록'에게 진정한 천둥오리로 살아가게 힘을 실어주는 '잎싹'의 사랑은 다문화 속에서 타 문화를 배척하며 아직도 과거의 문화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수 인간들에게 진정 필요한 모델링이 되는 멋진 캐럭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어미 족제비가 추운 겨울 먹이를 구하지 못하여 새끼들에게 젖을 물릴 수 없어 안타까워 하는 족제비의 모정에 대하여,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족제비의 새끼들을 구하려는 '잎싹'의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는 내게는 공감이 어려웠다. 

'초록'을 천둥오리의 무리로 떠나 보내는 '잎싹'의 애틋함이 전해오는 듯, 나의 눈에도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우리는 다르게 생겨서 서로를 속속들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랑할 수 있다”는 '잎싹'이 한 말이 머릿 속에 남아 자꾸만 곱씹게 된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상담사업팀 위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