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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영화] 게이의 재발견, '종로의 기적'

작성일 : 11-07-03 02:55             
[영화] 게이의 재발견, 종로의 기적
글쓴이 : 아하지기 (119.196.214.222)  조회 : 96  


게이의 재발견, 종로의 기적


게이라고 하면 어딘가 비정상적이고 여성스러움을 한껏 뽐내는 남자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나에게 게이를 재발견하게 해준 영화 종로의 기적.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접한 종로의 기적은 낯설지만 점점 빠져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일단 영화를 통해 자신들이 게이라고 커밍아웃을 한다는 자체가 그들이 성적 소수자로서의 당당함을 뽐내는 것 같았다. 그런 당당함은, 게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살아가기 보다는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영화를 통해 한층 우리의 삶과 가까운 느낌을 더해주었던 것 같다. 또, 나의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게이들은 일단 사회적으로 거부당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삶 역시 어딘가 모르게 우울할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게이라고 춤추고 노래하지 말란 법이 있던가. 영화 속 게이들의 유쾌한 입담과, 아름다운 합창과, 어딘가 어색하지만 귀여운 율동들은, 마치 개그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즐거움을 제공했다.

남자와 남자가 사랑을 한다는 것. 이성애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 방식이지만 영화 속에서 본 게이들의 사랑 방식. 그들의 풍경에서 나의 엄마와 아빠의 풍경이 오버랩 되는 건 나뿐이었을까? 어느 부부와 다를 것 없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게이의 판타지적 사랑을 평범하지만 귀엽고 재밌게 풀어낸 것 같다.

2011 퀴어페스티벌

'종로의 기적'을 통해서 본 게이의 삶이 아주 특별했거나 우리의 삶의 방식과 크게 달랐다면 어땠을까? 과연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게이를 이해하거나 그들을 가깝게 느낄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게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익숙한 D라인의 몸매를 가지고 익숙한 말투와 표정을 가진 채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게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게이와 나 사이의 선을 그어놓고 생각했던 지난 날에서 이제는 '종로의 기적'으로 인해 게이를 만난다면 왠지 가서 스스럼 없이 말도 해보고 싶고,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종로의 기적'이란 영화는 내가 느낀 그대로 ‘게이도 평범하다’는 사실을, 게이라는 특별함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게이들의 솔직한 대화나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것 같다. 그런 솔직함이 오히려 게이들이 더욱 돋보이고 관객에게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더불어 게이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게이들의 본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어쩌면 지금까지 게이들은 자신들을 본연의 모습대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색안경을 끼고 그런 본모습을 제대로 쳐다봐주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종로의 기적'이란 영화는 게이들의 진짜 모습,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이의 재발견’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성문화 자원활동가 '누리자' 이선앵 (가톨릭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