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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핫!! 핫한~잇슈!

군대 내 동성 간 성폭력 상황을 바라보며

작성일 : 11-07-31 18:05             
군대 내 동성 간 성폭력 상황을 바라보며
글쓴이 : 아하지기 (211.209.171.2)  조회 : 366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군대 내 성폭력

‘성기 주변에 살충제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성기를 입으로 빨라고 했다.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자위를 하라고 강요 당했다.’ 

최근 군대 내의 사건,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성폭력과 관련된 문제들이 수면 위에 떠올랐다. 이러한 행위들이 현재의 일만은 아닌 부대 내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군대를 거쳐 간 사람이라면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성적 수치심을 통한 군대 내 기강 잡기

군인권센터가 입수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병영 내 남성간 성범죄 사건으로 입수된 사례는 71건으로 일주일에 한건 꼴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한다. 가해의 형태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거나 시인하기 보다는 선임이 후임에 대한  ‘친밀감의 표현이나 ‘장난’삼아 하는 행동, 혹은 ‘군대 내 기강 잡기’ 식의 변명으로 가해자 스스로 성폭력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는 존재하는데 성폭력 행위를 했던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청소년기로부터 발견되는 성폭력 상황

군대 내 남성 간에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 사건들을 접하면서 최근 본 상담실에 의뢰되어 온 남자 청소년들의 성폭력 상황들을 떠올리게 된다. 군대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 상황들이 남자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동일하거나 비슷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는 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 성 상담 중 특히 청소년 성폭력과 관련된 개인 상담 및 집단 상담이 해마다 조금씩 증가를 하고 있고, 특히 이 가운데 남자 청소년 중 동성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거나 집단으로 가해 행동을 한 사건들이 접수되거나, 상담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CYS-NET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성 관련 상담 통계

이러한 상황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자신보다 힘이 약하고 왕따를 당하는 동급생을 학교 후미진 곳으로 데려가 자신의 성기를 빨게 하고 자위를 하게 강요하는 행위, 선배들이 후배들과 함께 음란 동영상을 보다가 후배들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포르노 흉내를 내게 하는 행위, 상대방의 성기나 알몸을 찍어 전송하는 행위, 함께 잠을 자는 가운데 선배가 몸을 더듬으면서 밀착시키는 행위, 남자 교사가 남자 청소년들의 성기나 젖꼭지를 잡아당기거나 비트는 행위 등 상담 과정에서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일부 가해 행동을 했던 청소년들 중에는 또래나 선배, 교사에게 과거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었으나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고백하기도 했다. 

교내 남학생들 사이의 폭력은 생각보다 일상적인 일이다. 

동성으로부터의 피해를 당했던 남자 청소년들의 경우,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의 힘에 의해 명령 받거나 강압적으로 당했다는 상황이 짜증나고 화가 나면서도, 남자가 남자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굴욕적인 감정까지 드는 한편, 누군가에게 얘기했을 때 오히려 비난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별로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 가해 청소년들은 가해의 상황을 가해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나 선후배가 함께 어울리며 놀다가 ‘장난’으로 한 행동인데 상담까지 받게 되는 상황이 억울하고,  특히 피해자가 ‘하지 말라’거나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으면 본인도 즐긴 게 아니냐’며 오히려 억울해 한다.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인 상황을 전혀 고려해 보지 못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진정한 '남성성'의 정립

이렇게 성장 시기에서부터 잘못 인식되어 온 일부 남성들의 성 행동이 권력과 위계질서가 뚜렷한 군대문화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가해 행동을 한 남성에 대해서는 힘의 승리자로서 인식되어 버리고, 피해를 입은 남성은 ‘진정한 남성성’을 갖고 있지 못한 ‘찌질한 남성’으로 전략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흐름이 동성 간의 성폭력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상황을 당당하게 말하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식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나 성폭력은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장난’이나 ‘친밀감 표현’ ‘남성성의 과시‘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이제 우리 사회가 진정한 ‘남성다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때이다. 사회 속에 잘못 자리 잡아 왔던 의미들을 새롭게 정립해 감으로써 한 개인으로서 인권을 보호받고 살아갈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상담사업팀장 김미옥
정리 이도윤
(이미지 출처: 구글닷컴)